금융위기 이후로 부동산시장 침체로 인하여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업종 중 하나가 건설업이다. 금융권에서 구조조정 대상기업으로 1월20일에 발표한 명단에 포함된 건설사 중에서 상장기업인 풍림산업(1,855원15 -0.8%), 삼호(2,775원60 -2.1%), 신일건업(2,990원40 -1.3%), 경남기업(5,750원70 -1.2%) 등은 19~20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였다. 2월 말 경에는 건설업체에 대한 2차 구조조정에 들어간다고 한다.
1차 구조조정에 비하여 대상 업체가 많이 늘어나고 강도도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 미분양 주택은 공식 통계로 16만채, 업계 추정으로 30만채이며 이에 따른 부실 규모는 50조~6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있다.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업체가 아니라도 영업에서 실물경기 침체의 영향을 피해가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보니 시공능력평가순위 4위의 우량 건설사인 GS건설(62,500원 0 0.0%)조차도 몸을 사리는 긴축경영 체제에 돌입하기로 했다. 올해 직원들의 임금을 동결하고 직원들의 복리후생제도의 일부도 유보된다.
임원 규모는 10% 줄이며 임원에게 지급되는 성과급과 연봉의 20%는 반납받기로 했다. 회사 측에서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담을 조기에 해소하기 위해 미분양 주택물량에 대한 다양한 분양 판촉방안을 시행하며, 각종 지분과 국공채, 부동산 등의 일부를 단계적으로 매각하여 안정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택경기가 호황일 때에는 대기업그룹이건 중소기업이건 너도 나도 주택건설 및 각종 부동산관련 사업을 확대해왔다. 분양 받은 후에는 가격이 올라가는 추세가 나타나다보니 분양가에 관계없이 사람들이 구입을 하였기 때문에 업체에서는 가급적 높은 분양가를 책정하여 고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침체로 들어서면서 벌려 놓은 사업이 미분양과 자금압박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왔다. 당장 큰돈이 들어오는 호황국면 속에서는 부동산경기가 영원히 호황만 지속할 수는 없다는 진리에 근거하여 미래 예측 및 사업조절을 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이와 같은 건설업계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사상 최고의 실적을 갱신하면서 미래를 향하여 계속 성장해가는 회사도 있다. 아파트사업이 전혀 없어서 미분양주택에 대한 리스크가 없고, 일반 건설회사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보증 등 우발채무 우려도 없으면서 실적이 크게 좋아지고 있는 회사가 삼성엔지니어링(55,700원900 -1.6%)이다. 시공능력은 28위로 평가되어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삼성엔지니어링은 2008년도 수주액이 전년대비 20.6% 증가한 5조8464억원, 매출액은 41.7% 증가한 3조2150억원, 영업이익은 20.4% 증가한 1790억원을 기록하였다. 해외플랜트 수주의 큰 폭 증가로 인하여 주력사업인 화공사업부문의 매출이 전년 대비 61.2%나 급증하였고 회사 전체 수주의 77%인 4조5000억원에 달했다. 환경부문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14.1% 증가한 5020억원, 산업부문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4.6% 증가한 4342억원을 기록하였다.
해외사업 비중은 2006년에 49%, 2007년에 61%에서 2008년에는 73%로 올라섰고 앞으로 80%대로 증가하리라 예상된다. 즉 이 회사는 국내 건설 경기와는 상관없이 오일머니가 많은 중동을 중심으로, 아시아, 중남미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과정에 놓여있다. 올해 경영목표는 수주 7조원, 매출 4조2000억원, 세전이익 3300억원이다.
현금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시기에 약 7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무차입경영 상태로서 재무적으로 지극히 안정되어있다. 2년 연속 자사주 매입을 하고 26~30%의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하여 주주 가치를 높이는 배려도 괜찮다.
사업구조가 화공, 산업, 환경 플랜트 EPC(설계, 구매, 시공의 일괄수행)에 특화된 구조를 지니고 있어서 세계 부동산경기 악화의 영향도 별로 받지 않는 편이다. 석유화학, 정유, 가스, 발전, 산업플랜트, 환경 등의 플랜트분야에서 위상이 높아지고 있으며 정유, LNG, Offshore 등으로 에너지 관련 사업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중동, 아시아, 중남미지역의 화공시장 발주가 꾸준할 것이며 향후 고성장이 기대되는 물산업 등 신시장 진출로 적어도 앞으로 수년 이상 양호한 성장이 기대된다.
과거와는 달리 중동 산유국이 단순히 원유를 팔기만 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원료를 가공하고 부가가치가 높아진 제품을 생산하기 위하여 플랜트 건설을 촉진하고 있다. 돈 많은 산유국들이 플랜트 설비 투자를 늘림에 따라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삼성엔지니어링의 실적이 크게 호전되기에 유리한 여건인 것이다.
중동지역 건설전문지인 에서는 이란, 이라크를 포함한 걸프만 국가의 시장규모를 약 2.5조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이미 삼성엔지니어링에서는 중동지역에서 여러개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하여 진행하고 있다.
작년 말에는 인도 최대 에틸렌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도 따내었다. 9억6000만달러(한화 1조2480억원)에 달하는 수주로서 인도에서 역대 최대 플랜트 수주를 올렸다. 인도에서는 2012년까지 석유화학 분야에서 200억달러를 넘는 투자를 계획하고 있어서 향후 추가 수주에도 유리한 입장이 되었다. 또한 국내에서는 사우디의 아람코가 대주주인 S-Oil과 1조1150억원에 달하는 정유플랜트 공사 계약을 체결하였다.
유가가 크게 하락하였고 금융위기로 인하여 중동지역 건설플랜트 시장도 위축되리라는 우려가 회사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언젠가 경기가 회복되면 유가는 다시 오를 것이고, 유가가 얼마이던지 관계없이 원유를 그냥 파는 것보다는 가공하면 부가가치가 더 높아지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산유국에서 화공플랜트의 건설은 계속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욱이 삼성엔지니어링의 주요 고객은 민간업체가 아니라 산유국 국영 석유화학업체이기 때문에 취소되는 프로젝트도 거의 없다.
인도에서의 대규모 수주에서 보았듯이 인구가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산업화를 추진하면서 그에 따른 전문 설비, 플랜트의 건설은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이다. 그들보다 산업화에 앞서간 한국의 엔지니어링 기술도 한축을 담당하면서 한국에게 좋은 기회가 꾸준히 이어지리라 전망된다.
예전에는 이공계 대학생들이 최우선으로 선호하는 회사가 으레 삼성전자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대학교 졸업하는 학생 중에서는 삼성전자와 삼성엔지니어링에 동시에 취업이 가능할 때에 삼성엔지니어링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은바 있다. 학생들의 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변해가는 현상도 실제 산업계의 흐름, 미래의 성장성에 흔히 관련된다.
엔지니어링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하여 생산, 고용 및 부가가치의 창출 측면에서 높은 유발 효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의 육성도 매우 중요하다.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침체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여러 정책이 추진되고 있으며 토목을 중심으로 한 건설도 큰 축을 이루고 있다.
다만 단기적이 아니라 장기적인 국가발전과 선진국으로의 도약까지 겨냥한다면, 한국인의 우수한 두뇌적인 능력을 바탕으로 해외의 열려진 넓은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산업에도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엔지니어링산업에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큰 프로젝트의 수행에 함께 참여할 수 있거나, 대기업이 들어가기에는 규모가 작은 프로젝트를 위해서 중소 엔지니어링업체의 육성도 중요하다. 이러한 중소 엔지니어링 업체는 대기업 엔지니어링에 필요한 인재를 공급해주는 역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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